파업을 계기로 여러가지 성찰이 진행되곤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연히 나의 길, 나의 미래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과 상상들이 스쳐간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그 길, 결국은 새로운 길이기에 그런 것이다.
2007년 MBC의 방송경영이라는 생소한 곳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The Road Not Taken"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런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그리고 지금 잠시 멈춰있는 동안 호흡도 가다듬으며 앞으로의 길은 어떤 길이 될지를 그려보는 중이다.
오늘 뉴욕타임즈의 Most E-Mailed 글은 "The Creative Monopoly(글쓴이 David Brooks)"라는 컬럼이다. 요지는 경쟁(compete)해서 남보다 조금 앞서나가는 것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invent)하여 창조적 독점을 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좋은 경쟁자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좋은 독점자가 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2007년 늦은 제대를 앞둔 내게 흥미로운 책이 정훈과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한국산업의 발전비전 2020" 이 책이 절대적으로 옳은 건 아니겠지만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바로 어떤 산업(Industry)가 향후 성장가능성이 가장 큰가였다. 결론은 금융과 문화산업.
금융은 그러나 너무 많은 인재가 유입되는 시장이라고 판단되었다. 이미 나의 선배들과 동기들이 너무 많이 금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산업은 그 열악한 처우라든지 기업다운 기업이 없는 실정이어서 인재들이 선호하는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난 좌뇌보다는 우뇌의 사람. 그래서 금융은 경쟁도 너무 치열하고 내 적성에도 맞지 않으니 문화쪽에서 진로를 모색해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난 르네상스맨을 꿈꾸었기에 적성과 꿈과도 너무 잘 들어맞았다. 그러다 방송사를 주목하게 되었고 결국 MBC라는 곳에 들어와 일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뜻밖에도 대형서점에서 일어났다.
대형서점의 문화산업 관련 책을 둘러보러 갔는데 일단 그런 분류조차 없었다. 그리고 기껏 방송, 언론 등의 섹션에서 찾아낸 것은 저널리즘, 제작론 등에 관한 것이었다. 유일하게 산업적 관점에서 방송을 조명하는 책은 개론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그런 책을 만든 사람들은 예전 삼성그룹의 영상사업단 인력들이었다. 그들이 지금 영화, 공연 등의 분야에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있었지만, 메인스트림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거기서 나의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볼 만한 길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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