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MBC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지 어느덧 136일째.
김재철 사장의 정권을 향한 충성심, 편파방송을 향한 그 불굴의 의지, 게다가 J씨와의 로맨스&비리 세트...
이 모든 게 문제이지만 사실 또 다른 중대한 하자가 그분에게는 있다.
바로 '촌.스.러.움.'
김재철은 촌스럽다
어제 회사특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이 최근 한 고아원을 방문해 장애우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진이 뜬금없이 등장했다. 그 회사특보 앞면에서는 이번 파업이 왜 불법, 정치파업인지를 매우 조악한 논리로 웅변하고 있었다. 이 특보를 접한 사람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니, 사장이 파업은 해결할 생각은 않고 정치인들 흉내나 내며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니...
<정치의 몰락>에서 박성민씨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설명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20~40대가 문화 세대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저는 '에스프레소 세대'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이 세대는 '자판기 세대'를 문화적으로 '촌스럽다'고 봅니다. 보수와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을 싸잡아서 늙고 낡고 지루하고,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고 보는 거죠. 1990년대 초에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에서 이순재 씨가 연기를 했던 '대발이 아빠'의 이미지가 지금 보수와 한나라당의 이미지죠. 완고하게 소리만 버럭 질러대는."
- 박성민, <정치의 몰락> 중에서 p. 40
그렇다. 반FTA 집회, 내곡동 사저 의혹, 소망교회 등의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든 막아내며 자신이 MB와 한통속임을 증명해왔던 김재철은 너무나도 한나라당스럽고, 또 이명박스럽다.
그리고 그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건 '촌스러움'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기자회견을 한다고 주말에 기자들을 불러 놓고는 한참을 혼자서 떠들고는 자신이 얼마나 민원을 잘 해결해주는 사람인지 직접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장황하게 늘어놓던 장면(김재철 사장은 그 후 항시 휴대하는 립글로스를 꺼내 입술을 동그랗게 오무린 후 바르더라...),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연예인, 유명인은 아예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대담함(일명 소셜테이너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천안함 사건 이후 고 한주호 준위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을 만들라는 황당한 지시까지...(이를 거부한 직원은 결국 해당 부서를 떠나야 했다...)
그 예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J씨의 1인3역으로 화제가 된 총제작비 12억 초대형 저(실)예산 뮤지컬, 직원 휴양소를 만들라는 지시(아니, 있는 휴가도 제대로 못가는 회사에서 휴양소 만들면? 그리고 이름이 휴양소가 뭐냐.. 휴양소가..), 월급은 안 올리면서 KTX연수라는 이상한 연수를 만들어서 전직원 기차타기 운동 시작, 아! 그리고 연말 시상식 직접 출연, 그리고 고현정도 당혹시킨 그 애드립!(못 듣는 중국인, 일본인도 많이 와 계시고...)
지난 3년여의 기간 동안 직원들이 받은 황당한 지시와 어이없는 회사의 정책들은 정말이지 너무 촌스러워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리고 항상 사장의 차에는 윷놀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물(?)들이 챙겨져 있다.. 윷놀이를 좋아하셔서...)
왜 촌스러우면 안되는지...
그런데 왜 촌스러우면 안되는가, 이런 우매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에 좀 짚고 넘어가보자. 방송사 사장은 왜 촌스러우면 안되는 걸까?
한마디로 '촌스러운' 사장은 방송의 본질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방송사에게 '창의성'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장담하건데 그런 방송사는 망한다.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사에게 '진실'을 빼앗으면 어떨까? 그 역시 망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때문이다.
특히 20~40대의 문화세대가 떠난다. 그들은 촌스러움을 철저히 외면한다. 즉,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시청자를 잃는다는 뜻이고 결국 MBC의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말이다!
김재철은 자신의 그 '촌스러움'으로 MBC의 건강한 '창의성'과 '진실'을 대체하려 했다.
예를 들면 CJ에서 슈퍼스타K로 엄청난 히트를 치자 사장은 '왜 우리는 저런게 없느냐. 만들어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위대한 탄생'은 MBC를 리더에서 팔로워로 전락시켰다. 시청률이 더 높았다는 이유로 위대한 탄생을 애써 더 성공한 방송이다 라고 포장해 가면서... 위대한탄생이 갖는 상징성은 '창의적인 인재(PD)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대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오더성, 지시성의 프로그램'을 찍어내는 평범한 직장이 되었다는 데 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이었던 MBC만의 조직문화를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김재철은 '진실'을 가로 막았다. '쿨'하지 못하게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쫓아냈다. 김미화씨는 사장으로부터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듣고는 결국 CBS로 옮기게 되었고, 사내에서도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발령'을 통해 변방으로 전보 발령을 내려버렸다. 여기에 파업이 시작된 이후 계속되는 해고, 해고, 해고... 그리고 또 이번엔 대량의 '대기발령'이란 조치...(흠...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의 대기발령은 그 개념상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는...ㅋㅋ)
<뉴스데스크>는 정작 중요한 '뉴스'는 사라지고 '데스크'의 기능만 강화되었다. <PD수첩>의 아이템은 매주 큰 집으로 보고 되었고, 통제되었다. <뉴스 후>는 사라졌고, <100분 토론>은 구석자리로 내쫓겼다.
한마디로 이 '촌스러운' 사장은 방송사의 본질을 무시한 채 마치 건설사 사장마냥 굴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꿈꿨던 걸까? 방송사를 건설회사처럼 만들어보려고 실험을 한걸까?
방송은 방송다워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위 문장은 그 구조 자체로 옳으니깐.
하지만, 136일을 지나오며 월급도 받지 못하면서도 '촌스러운' 사장과 싸워가고 있는 노동조합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기엔 참 어렵운 문장이다.
방송을 방송답게. 한 가지 분명한 건 창의성도 말살하고 진실도 가로막는 그런 사장의 '촌스러운' 경영방식은 진짜 방송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디어&마케팅 > M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PD라는 직업의 미래(2) (1) | 2012.10.10 |
---|---|
PD라는 직업의 미래(1) (0) | 2012.10.10 |
방송경영, 누구? (14) | 2012.04.26 |
방송경영, 왜? (3) | 2012.04.26 |
2010-11 Season 미국 방송사 Upfront 판매 현황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