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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

아마존 전자책 가격 인하와 집단소송이 국내 방송사에 주는 의미

by jwvirus 2012. 4. 16.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4월 11일 수요일, 미국 법무부가 대형 출판사 5곳과 애플에 대해 전자책 시장에서의 반독점 행위(가격 담합)로 고소했다. 이로써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은 아마존(Amazon). 아마존의 전자책 시장 장악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행위가 인정되면 아마존이 스스로 각 출판사들의 전자책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중 세 곳(HarperCollins, Hachette and Simon&Schuster)은 조정에 합의했고 나머지 두 곳(Penguin과 Macmillan)과 Apple은 받아들이지 않고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아마존의 반응.

아마존은 이 발표를 듣자 즉시 전자책 가격을 인하할 방침을 밝혔다. 14.99달러에서 많게는 9.99달러까지로 주요 책들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이미 60%의 전자책 시장 점유 중)

반독점 고소의 이유를 보면 주요 출판사 다섯 곳과 애플의 가격 담합으로 책가격을 올렸고, 이는 어떤 판매자도 애플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 수 없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들과 책판매상들은 종이책의 가격과 전자책의 가격의 차이가 더욱 커질 경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책은 이미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서비스다. 그러나 아마존이 킨들을 2007년에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성장했고 한 때 90%까지 장악한 적이 있다. 최근 아이패드를 통해 애플이 시장을 빼앗으면서 겨우 경쟁자가 생겼을 정도...)

출판업계의 많은 종사자들은 아마존의 대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식의 가격인하로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 차가 벌어질 수록 오프라인 서점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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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추세는 콘텐츠 제작 - 유통이 분리되고, 유통의 수단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PC와 모바일, 거기에 스마트TV까지 가세하여 콘텐츠 소비의 접점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자와 유통사업자의 분리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유통'이 '제작(공급자)'을 장악하는 현상이다.

이마트는 각종 제조사들에게 슈퍼갑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각종 신문사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이미 되어 버렸다.

방송의 제작 - 유통 역시 분리, 다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현재까지 소비재 시장에서의 '이마트' 또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의 '네이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방송콘텐츠 시장의 대형 유통사는 없다. (현재 각 방송사의 인터넷 기업들이 공식 유통을 하는 가운데 대다수의 트래픽은 영세 웹하드 업체들이 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콘텐츠 시장 역시 글로벌 경쟁시대, 국경이 사라지고 있으며 Youtube의 방송채널 런칭, Netflix의 일본 진출, CJ E&M의 tving 공격적 마케팅 등 '대형 콘텐츠 유통사업자'에 대한 열망은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다. 아니 존재 수준이 아니라 엄청나게 비대해지고 있다고 해야 옳겠다.


위 기사에서 재미 있는 것은 '전자책 시장'에서의 이슈가 결국은 '종이책 시장'으로 번지는 전이 현상이며, 여기에서 핵심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 차이(Gap)'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비지니스 마인드와 능력이 부족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우 향후 유통권에 대한 장악 이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즉, 현재 공중파의 무료 수신 서비스와 다양한 유료 수신 서비스의 대결 구도이다.

아마존과 전자책 시장에서 보듯 동일한 콘텐츠의 다른 유통시장에서는 결국 '가격(Price)'이 핵심 변수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콘텐츠에는 다른 가격을 지불할 수 있지만(다른 효용을 주기 때문) 새로운 유통에는 다른 가격을 낼 이유가 없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무료 서비스 정책(수신료 혹은 광고수입 모델)은 이런 면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규 서비스가 유의미한 광고수입 모델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유료 서비스 모델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유료 서비스 가격 - 무료 서비스 가격(0원으로 고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료 모델 콘텐츠 서비스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진 않을까.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광고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의 무서운 성장세가 있다. 온라인 광고시장이 TV광고시장보다 현저히 높은 성장세로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아직은 TV광고시장이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매출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국내시장만 보더라도 현재 TV광고시장은 2.3조 정도를 방송 3사가 셰어하는 구도다. 그러나 온라인 광고시장은 NHN이 홀로 1조를 넘겼고, 이는 그 어떤 방송사보다 큰 광고매출이다. 

또한 현재 유투브에는 매 1분마다 48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면 8년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질은 매우 차이가 나지만 방송사들의 동영상 생산량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글로벌한 트래픽을 이미 확보한 Youtube등과 같은 서비스. 엄청난 동영상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 재고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여 현금화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볼거리가 있으며 무료라는 공식이 지금까지의 TV 시장의 성공방정식이고 앞으로도 그 성공방정식은 TV시장이 사라지지 않는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사들은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 인하를 보면서 비지니스 생태계의 냉혹한 법칙들을 선학습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