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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MBC

Exit, Voice, and Loyalty

by jwvirus 2010. 6. 7.

Albert O. Hirschman의 저서 "Exit, Voice, and Loyalty"는 간단하면서도 통찰력이 대단한 책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어떤 조직이든 간에 그 구성원은 조직이 주는 유익이 감소한다고 느끼면 둘 중의 한 가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조직을 떠나거나(Exit) 조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Voice)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구성원의 충성도(Loyalty)에 따라 떠날지, 아니면 남아서 목소리를 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의 국민이 정치적 자유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느낄 때엔 모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민을 갈 수도 있고(Exit) 아니면 대 정부 시위(Voice)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만약 국가에 대한 애국심(Loyalty)이 크다면 이민보다는 시위를 하는 행위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허쉬맨의 주장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최근의 사회에서는 더욱더 활발하게 Exit와 Voice의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곳 MBC에도 당연히 허쉬맨의 주장이 적용된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정치적으로도 수세에 몰리는 등 조직의 여러 측면에서 MBC는 위축되어 있다. 그것이 때로는 비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파업이라는 형태로 조직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상대적 연봉수준, 유무형적 혜택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실정이다. 즉, 조직이 주는 유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BC의 구성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우선 대다수의 경우 다행히도 Exit보다는 사내의 여러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Voice를 선택하고 있다. 아마 최근에 있었던 4차례의 파업이 이러한 선택 중 가장 적극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자유게시판을 통한 Voice, 각 직능 단체를 통한 Voice, 비공식적(?) 경로를 통한 Voice 등, 사실 MBC만큼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넘쳐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의사표명의 문화는 조직에 대한 충성 혹은 애사심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MBC의 구성원들만큼 회사를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직장인들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Exit보다는 Voice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가장 최근 입사한 사원들 중 이직을 고려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아무래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20~30년 근속하신 분들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최근 한 기술본부 사원은 '구글 코리아'로 이직을 결정했다. PD들의 외주사로의 이직이나, 기자의 정당인으로의 변신과는 분명 다른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왜냐하면 이 두 경우는 조직이 주는 혜택의 감소로 인한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커리어 패스를 따라 옮겨간 것이고, 최근의 사건은 MBC라는 조직이 구글이라는 조직보다 구성원에게 주는 혜택이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위 젊은 사원들의 급격한 이탈로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분명 조직에 울리는 파장은 조용하지만 광범위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장 우수한 인재들만 이탈하고 평범한 그리고 부족한 인적자원만 남게 되는 상황이다.

회사는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잃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부디 보다 밝은 미래와 더욱 열정적이고 훌륭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일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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