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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MBC

PD라는 직업의 미래(1)

by jwvirus 2012. 10. 10.

나는 입사하고 광고국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광고주의 마케팅 장면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 그러한 경험과 지식을 정리해서 제작파트에 공유해 주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제작진들은 소비자, 마케팅, 광고주 등 방송사의 가장 큰 수익원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수십년간 방송광고는 공급자우위 시장이었기 때문이고, 광고는 당연히 완판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역전된 시장의 역학은 새로운 미디어들의 출현으로 영원히 굳어졌다. 그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책임이 방송사와 미디어렙(KOBACO)에도 많겠지만 세상이 바뀐 탓이 제일 크다. 광고주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이제는 너무나도 많아진 것이다. 


암튼, 제작진들을 만나면서 기본적인 지식부터 공유했다. 가령 TV광고의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경험이 많은 PD들은 알지만 맨날 현장에서 밤샘 근무만 하기에 바빴던 조연출급들은 이를 알리가 없다. 그러니 새로운 입봉작을 맡았지만 비수기에 들어간 새내기 PD는 광고 판매율이 20~30%를 오가며 맘고생을 한다. 


따라서 맘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자신이 피땀흘려 만든 프로그램의 광고판매율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가져가는 게 좋다... 이런 식이었다.



또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시청률과 광고판매율의 상관관계다. 사실 광고판매라는 게 시청률 하나의 변수로 결정되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몇몇의 도드라지는 사례들이 전체적인 시야를 가린다. 가령 광고시장의 마켓상황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고, 사실 절대 수치인 시청률보다는 상대 수치인 시청점유율이 더욱 중요한데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청률은 단기적 설명력이 떨어지는 자료다. 이것은 아마도 광고판매 방식과 기간이 시청률처럼 일일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겠지만, 암튼. 이런 오해들을 풀어주고 싶었다. 물론, 속 시원하게 느꼈을지는 모르겠다.



거기에서 강조한 내용들이 PD들에게는 새로게 요구되는 역량들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수많은 그래프와, 차트 그리고 수치들을 보여주면서 혼란에 빠지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결론을 좀 특이하게 내렸다. 그 중 하나는 '양뇌잡이가 되어라'는 것이다.

양뇌잡이라는 것은 부끄럽지만 내가 만든 용어인데(혹시 다른 곳 어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니엘 핑크의 책<새로운 미래가 온다>을 읽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내겐 책이 미래에는 우뇌와 좌뇌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던 걸로 읽혔다.


PD에게 원래 있어야 할 자질,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제1의 역량은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동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상상력'도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질은 감히 내가 언급할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방송의 흐름이 바뀌면서 또 중요해 진 것은 '마케팅 능력'일 것이다.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시장을 읽는 눈. 그리고 객관적인 데이터, 수치들을 스마트하게 분석해낼 수 있는 능력 혹은 들을 수 있는 귀.


그래서 우뇌로부터 오는 창의성과 좌뇌로부터 오는 분석력에 모두 능한 인재를 말하면서 '양뇌잡이'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비단 PD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기획, 경영 분야도 엑셀과 피피티만 붙잡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거꾸로 방송 콘텐츠에 대한 나름의 눈, 견해 같은 걸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론. 바퀴가 하나인 것보다 두 개일 때 스피드, 안정성이 모두 향상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예외인 분야(직업)는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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