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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MBC

다시, 가슴 뛰는 MBC를 위해 (1) 뭐가 문제야?

by jwvirus 2013. 4. 29.

올바른 정답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질문이다.

Ask the right question, then you will get a right answer.


여러가지 문제들이 보이겠지만, 일단 좀 드라이하게 숫자를 보고 질문을 해보자. 

최근 MBC의 매출은 10여년간 정체를 보이고 있다. 광고매출은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에 정점을 찍고, (2010년은 심지어 SBS 단독중계) 계속하여 정체 혹은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타 기업들의 성장세인데, 광고라는 동일한 비지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NHN의 성장세라든지, 호시탐탐 방송을 노리는 대형 통신사인 KT, SKT 등의 덩치 불리기라든지, 직접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가지고 유료 모델로 판매하고 있는 케이블, 홈초이스, 위성방송 등을 봐도 지상파 방송산업의 정체는 더욱 선명하게 대조되는 형국이다.


[지상파의 광고매출 혹은 플랫폼매출은 하락세]


[경쟁사인 CJE&M, 인접산업의 케이블, 홈초이스, IPTV, 위성방송은 모두 성장세]


뭐가 문제야?

MBC는 광고매출이 감소하는 것에 대비해 유통수익 다각화로 광고매출 감소분을 상쇄해 왔다. 실제로 2012년 광고매출은 본사 기준, 약 4,900억원으로 최고 정점을 찍은 2002년 약 6,500억원 대비 무려 약 1,600억원이 감소하였지만, 같은 기간 유통수익은 2002년 약 100억원에서 2012년 약 2,000억원까지 성장하였다. (자료: KOBACO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드는 의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앞으로 유통수익은 계속하여 증가할 것인가? 

여기에도 일종의 거품이 끼어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시장이 초기를 넘어 성장기를 지나고 있는데 곧 주도적인 사업자가 등장하여 더 이상 Sell-side 마켓이 아니라 Buy-side 마켓으로 변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그 첫 번째이다. 이미 KT는 독점적 지위를 받고 있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IPTV 가입자를 합쳐 600만 가입자를 넘긴 상태다. 유료방송시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KT는 연초 2015년까지 전체가입자의 40%를 점유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둘째, 내부적으로 광고매출과 유통수익의 비율이 변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없는가? 

광고매출은 직접적인 매출로써 100% MBC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매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통수익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유통수익의 비중이 커지면서 숫자 이면에 숨겨져 있는 힘겨루기 즉,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게 되는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닐까하는 점이 두 번째이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는 광고매출은 플랫폼매출 성격을 갖지만 유통수익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플랫폼매출은 네트워크효과로부터 오는 선순환구조에 의해 나오기 마련이어서 성장성의 불확실성이 적은 반면, 非플랫폼매출에는 그러한 효과가 없어서 언제든지 성장이 멈출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또한 신문사들이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처럼, 제작과 유통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사고. 바로 이 사고방식이 낳을 수 있는 참사에 대한 우려다. 단기적인 유통매출만 바라보고 제작과 소비를 잇는 유통에 대한 주도권이 없이는 대형마트에 우롱당하는 제조사와 같은 입장이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 문제도 상당히 많은 문제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다. (한겨례21 기사도 참고, 특히 기사 앞 부분에 격하게 공감 "방송 '편성권, 포털에 넘어가나" )


셋째, 총매출 자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충분한 수준인가? 

광고+유통수익의 구조가 갖는 성장률의 한계로, 미디어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성장률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만약 성장률 속도에서 밀리면 언젠가는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히게 될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장기적인 경쟁 기반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치에 따라 방송도 산업적 가치가 강조되고, 유료방송 시장 규제완화, 해외미디어기업 국내진출 완화 등의 이슈들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차차 풀어갈 것이다. 결국, 지상파는 정치논리로 옥죄고 케이블과 통신, 가전사는 산업논리로 풀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는 점차 시장의 주요 요소를 '자본'으로 움직일 것이고, 이때 생존을 위한 최소 자본 수준은 계속하여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매출규모는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헌데, 현재와 같은 현금흐름과 자본력으로는 승리는 커녕 생존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현재 MBC는 스스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환경분석과 내부진단을 철저히 시행하여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정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 부분에 큰 훼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경쟁력 저하는 결국 공영성 퇴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MBC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입증하지 못하여 사회적 역할의 축소까지 초래되지 않을까. 분명한 사실은 위의 세 가지 질문을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는 급격히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MBC의 존재는 금방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존재감은 어쩌면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