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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

미디어렙 바로 알자 _ 종교방송편

by jwvirus 2012. 1. 5.

미디어렙에 대한 논의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단편적인 지식으로 점철된 논쟁은 매우 얄팍하고 편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 이해 당사자간의 논쟁이니 치열함은 그렇다 쳐도 지나치게 One-sided 정보와 프레임으로 상황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디어렙의 본질은 밥그릇입니다.
즉, 먹고 살기 위한 문제이지요.

모든 논의의 치열함, 그리고 다소 뻔뻔함이 나오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물론 먹고 무얼 하며 사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긴 한데, 이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 겁니다) 


해서, 미디어렙을 둘러싼 논의와 그 본질을 파헤쳐보고자 이번 블로그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요런 기획은 밥 먹으면서 문뜩!)

복잡한 문제이다 보니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가 결국은 각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해하기에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시작은 종교방송사들입니다. 최근 미디어렙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지상파 종교방송사들이 있는데 그 목적은 각 종교의 선교와 포교를 위해서입니다. 그 방송사들의 2011 작년 매출을 도표로 보겠습니다.



(단위: 억 원)
 방송사 종교  2011 광고매출 
 CBS  기독교   361
 BBS  불교  100
 PBC  천주교  84
 FEBC  기독교  38
 WBS  원불교  46
 합계    629
 
 * 광고매출 기준 : 2011 KOBACO 판매 집계 금액


일단 이 표에 대한 해설이 좀 필요하겠네요. 이 자료는 코바코에서 집계된 금액입니다. 작년 2011년 코바코가 전체 지상파 방송사 채널 총 58개로부터 얻은 총 취급액(광고매출액)은 약 2조 3,616억 입니다.

이 중에서 종교방송사의 몫으로 돌아간 것인 총 629억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입니다.
(이 중 기독교방송 CBS가 차지하는 몫이 약 361억 원으로 전체 종교방송사 매출 중에서 57.4%를 차지합니다.)

금액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숫자 이면에 숨은 함의가 중요합니다.
약 600억 정도면 작년 출시되어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의 전체 매출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그 매출을 어떻게 얻고 있는지...이겠지요.


현재 방송법상 모든 지상파 방송사들은 코바코라는 독점 미디어렙에 광고판매를 위탁해야 합니다. 그 연혁은 5공의 언론통폐합으로 거슬러 올라 가고요. 각설하고,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을 한 곳에서 팔다보니 코바코는 꽤 많은 파워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당연하지요. 언론사들의 먹거리를 결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방송사들의 청취율/시청률이 매우 낮아서 광고 판매가 매우 매우 매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코바코는 '방송의 공공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이들 종교방송사들의 광고 끼워팔기를 지속해왔고 이로 인해 종교방송사들의 매출을 결정짓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재원으로 종교방송사들은 방송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고요.

이러한 온정적 영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독점력' 때문이었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 어디에서도 방송광고를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구조였던 것이지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뿌리깊은 나무'와같은 프로그램의 광고를 구매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무도 듣지 않는 평화방송, 원음방송과 같은 방송의 광고를 함께 사야했던 광고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를테면 CBS의 광고를 끼워 사지 않으면 '나는가수다'의 광고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현저한 불이익이 주어지는 식이었기에 이 체제는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코바코와 종교방송, 그들은 운명공동체가 되어 갔습니다. 종교방송은 코바코의 매출 할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었고 코바코는 방송사들 위에 군림하며 소위 '갑질'을 하며 그 독점의 달콤함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하여 저 629억원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중 대표격은 CBS(기독교방송)입니다.  광고매출도 가장 크고, 청취율이나 규모 면에서도 타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CBS의 홈페이지에서 찾아온 자료입니다.





 * 출처 : about.cbs.co.kr/manage/


현재 CBS의 광고매출이 전체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PBC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고, WBS는 자료를 찾지 못했으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광고매출 의존도가 크다는 뜻입니다.

독특한 곳은 FEBC극동방송입니다. 이곳은 선교후원금 등으로 매출의 80%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디어렙법 논의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차해서 20%가 없어져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독점시장 유지 = 코바코 체제 유지 = 종교방송 매출 유지 = 종교방송 존속 보장

FEBC를 제외하고는 모든 종교방송사들이 갖고 있었던 등식구조입니다. 당연한 연결구조이지요.


그리고 여기 더 심한 방송사가 있습니다. 불교방송입니다.

BBS의 경우는 홈페이지에서 상세한 경영현황을 찾을 수 없어서 다소 오래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법보신문에 게재된 기사 "경쟁체제 돌입, 불교방송 전망은" 에서 불교방송의 광고매출이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한다
고 적고 있습니다.

http://www.beopbo.com/news/view.html?skey=%C4%DA%B9%D9%C4%DA§ion=1&category=81&no=51344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자체적으로 광고수주 통로를 개척하거나... 현재로서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율경쟁시장에서 광고주들이 방송사를 선택하게 될 절대적 기준이 될 청취율이 불교방송으로서는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한국광고주협회가 실시한 공중파방송의 청취율 조사에서 불교방송이 종교방송사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만큼 지금과 같이 코바코가 종교계 방송사로 배분하는 전체 광고비의 10% 이상을 불교방송이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경영기획실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가 방송광고 시장을 자율화하기 위해 코바코 해체를 추진한 것은 2000년부터였지만 지금까지도 (코바코는) 유지돼 왔다. 곧바로 쉽게 해체되진 않을 것"


그러다가 법보신문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BBS, 민영미디어렙 현실화에 대비할 때"
http://www.beopbo.com/news/view.html?skey=%C4%DA%B9%D9%C4%DA§ion=94&category=100&no=51356



여기서도 재미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코바코는 그동안 광고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속칭 ‘끼워 팔기’를 통해 종교방송과 지역 민영방송에 광고를 분배, 광고주들의 원성을 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는 방송광고시장의 체제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을 울리듯, 규제개혁 차원에서 코바코 체제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감사원은 코바코에 대한 감사를 단행했다.(중략)

그동안 ‘설마’하며 추이를 지켜보던 종교방송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공조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코바코 체제의 민영미디어렙 전환의 타당성 논란과 관계없이 불자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불교방송의 현실이다.(중략)

물론, 불교방송 역시 자체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 일선에 선 주요 관계자가 ‘코바코 해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안일한 모습을 보여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수익구조 하에서는 코바코 존폐가 곧 불교방송의 존폐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자들은 지금 2000만 불자가 살려야 할 불교방송이 아니라, 당당하게 홀로 서며 제 역할을 다하는 불교방송을 원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지혜로운 대응책 강구를 기대하는 바이다."



어쨌든 불교방송의 경우 미디어렙법안 논의에 가장 열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방송CBS 역시 그 비율이 아닌 절대액이 크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고요. 


그래서 미디어렙의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 가장 강하고 투박하게 반대하는 곳이 종교방송사입니다.
코바코가 해체되고 실질적인 경쟁 체제가 도입될 경우에 더이상 끼워팔기가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종교방송사의 광고매출이 감소되며, 결국 BBS, CBS, PBC, FEBC 순으로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대로 이 종교방송사들을 死地로 내모는 것이 옳은 것이냐? 일 것입니다.

이들 종교방송사들이 시장 경쟁력이 없다면, 그래서 경쟁체제에서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다른 각도에서 종교방송의 가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즉, 종교방송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종교방송사들의 설립 목적을 보겠습니다.


CBS (출처: www.cbs.co.kr)



BBS (출처: www.bbsi.co.kr)



PBC (출처 : web.pbc.co.kr)




 WBS (출처 : www.wbsfm.com)




 FEBC (출처 : www.febc.net)

 



방송사별로 그 색깔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각 종교의 선교 및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시대적으로 불의나 잘못된 현실을 보도하는 것으로 각 종교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 또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사를 분류해 보면 순수 종교성의 강조는 FEBC. 반대로 종교색을 최대한 옅게 가져가면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CBS.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놓여 있는 PBC, WBS, BBS. 이렇게 정리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종교방송사들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게 자신들의 방송을 편성하고 제작-운영하고 있을까요?

종교방송사 중에서 청취율이 가장 높은 채널이 바로 CBS 음악FM입니다. CBS의 대표채널이기도 하지요.
아래는 이 채널의 편성표입니다.

 



분명 CBS가 취한 음악FM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말이 많아진 라디오에서 진행자들의 멘트를 줄이고 음악으로 승부한 것입니다. 결국 청취율이 오르고 종교방송사 중 굳건한 1위의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소 씁쓸합니다. 분명 종교방송사인 기독교방송에서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그리고 다시 심야 0시부터 2시까지만 기독교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청취율이 너무 저조해서 0%라고 찍히기도 하는 시간대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가요와 팝, 재즈 등의 음악으로 채워집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듣기 편하고 좋은 음악을 계속 틀어주는 방송,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만약 CBS가 높은 청취율을 바탕으로 광고 매력도를 높여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재원을 마련해 다시 더 좋은 방송을 위해 투자하는 구조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우 건강한 방송사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설명드렸듯이 첫째, 기독교방송의 설립목적과 무관한 방송이 되어 버린 점입니다. 즉, 이러한 감미로운 음악방송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과연 얼마나 선교와 포교라는 기본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기독교방송은 FEBC극동방송과 달리 선교후원금이 아닌 광고매출에 목을 매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FEBC는 매우 원색적인 기독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송 편성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요. 광고는 안 붙겠지만(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원래 설립목적에 충실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러한 높은 광고매출이 사실 끼워팔기로 얻은 매출이라는 사실입니다. 제 아무리 CBS가 높은 청취율을 올리더라도 만약 코바코가 아닌 경쟁 체제에서 광고를 판매했더라면 훨씬 적은 매출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코바코가 이렇게 무리해서 기독교방송의 광고를 끼워팔아 준 것은 코바코의 '방송의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여기 어떤 방송의 공공성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일단 안타깝게도 정기 조사에서 원음방송, 불교방송, 평화방송은 프로그램 단위의 청취율 조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설문식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청취율조사의 특성상 워낙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나마 택시기사님들을 통해 물어보면 가장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들은 신나게 트로트를 메들리로 틀어주거나 하는 등의 가요, 음악 방송이 주를 이룹니다. 종교방송 채널에서 말이죠.


종교방송사들의 설립목적으로 보나 또 이 종교방송사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로보나 청취율 올리기 위해 아무 관계 없는 신나는 음악만 틀어주는 것이 방송의 공공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수많은 언론들에서(그 언론들이 종교방송사들입니다. 써프라이즈!) 외쳐대는 방송의 공공성과 코바코가 추구하는 방송의 공공성 확보는 종교방송사들의 편성표에서도, 그들의 끼워팔기 영업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 광고주협회가 "미디어렙법 도입에 대한 건의문"을 발표했습니다.(2012.1.4.)
요지는 첫째, 현재 문방위 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안은 끼워팔기를 합법화해서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며
둘째, 취약매체는 법이 아닌 정책으로, 자구노력 전제하에 방발금 납부유예 및 한시적 기금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라디오방송 현황과 취약매체 광고효과 분석을 첨부했는데요.


 * 출처 : 광고주협회 건의문 2012. 1. 4. 

 
이 자료를 보면 왜 광고주협회가 이렇게 반발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청취율에 비해 너무 많은 광고 금액을 보장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독점력에 의한 준 강제 수준으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종교방송은 자신들의 노력에 비해 혹은 그 가치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만약 종교방송사들이 지금처럼 코바코가 보장해주는 광고매출에 안주해서 아무런 자구노력도 없이 계속 629억원이라는 재원을 당연히 여기며 주장하게 될 경우 그 사회적 비용은 광고주와 지상파 3사가 나눠지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 즉, 쉽게 말해 낭비가 매년 누적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디어렙법 논의를 하면서 현재 종교방송사들의 매출지원을 단번에 끊어버린다면 이들 방송사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종교방송사들이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매출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입장입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한시적 기금 지원을 위해 취약매체지원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본래 종교방송사의 취지에 맞게끔 방송 내용을 정비하고 각 종교재단에 의한 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