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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마케팅

마케팅은 왜 '미국적'인가?

by jwvirus 2010. 11. 4.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미국 뉴욕, 보스턴, 시카고를 다녀왔는데 인상은 강렬했다.

미국 문화는 생각보다 보수적(conservative)이었고,
생각보다 더 개인주의적(individualistic)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매우 급진적(radical)인 사회이고,
전체주의적(collective)인 사회라고 생각 든다.

미국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렇게 마케팅이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마케팅이란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통해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이니깐. 세계광고비의 33.2%(2009년 기준)는 미국의 차지다.  물론, 절대적인 경제규모가 뒷받침되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미국사람들은 행동이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는 반증인 셈.(사실 여기에는 절대규모의 차이가 가져오는 질적 차이라는 이슈도 숨어 있다.)

(절대 가고 싶지 않았던 타임스퀘어, 그러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음. 각종 광고판들..)


그러나 개인화된 선택은 익숙해 한다. 아니, 그 선택이 없는 상태를 참지 못할 정도다.
샌드위치 하나를 사려고 해도, 빵부터 속 재료까지... 전부 개인의 선택으로 정해진다.
매운맛, 약간 매운맛 정도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런면에서는 한국은 선택이 부족한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Met에서 본 작품 중... 다양성Variety. 그리고 선택?)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결국 마케팅이란 분야의 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했음이 틀림없다.

보수적인 사람들과 개인화된 선택이란 조합은 '까다롭긴 한데 잘 바뀌지도 않는' 고객들을 의미하는 것일테고,
그러한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그들의 필요(Needs)를 충족시키면서도 인지와 선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마케팅 기술이 발전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런 면에서 과연 미국의 마케팅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활용되는 게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은 쉽게 변하고, 그다지 개인적 선호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사 드라마 시청률과 같은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10%초반이면 대박 드라마다. 워낙 많은 채널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동시간대 드라마들은 각기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서로 다른 타켓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청자들의 고정적인 시청습관과 선호채널이 분명한 것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선덕여왕이 대박을 치면 40%를 넘는 시청률이 나오는 것이다. 집에 TV가 있는 사람들 중 40%는 선덕여왕을 그 시간에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엄청 동질적인 문화라는 이야기다. 할아버지도, 중학생도, 주부도, 직장인도 선덕여왕을 소비하는 사회다.


이야기를 좀 이상하게 확장한다면, 신규 광고시장의 진화방향에 있어서 미국과 한국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갈 것으로 예측된다. 즉, 모바일 광고 이야기인데, 모바일은 지극히 개인화된 광고 플랫폼임에도 미국과 한국의 모바일은 다르다.

개인화된 타켓팅과 위치에 따른 타켓팅이 가능하다는 측면 중 두 번째 즉 LBS 측면은 모바일 광고시장이 옥외광고와 지역광고(예를 들면, 벼룩시장, 신문 전단지 광고)를 잠식해 가면서 급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려핸 줄 것이다. 그러나 개인화의 측면은 미국은 큰 효과를 나을 수 있겠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선 개인에 따른 선호의 차이, 그 표준편차가 큰 미국은 개인에 따른 타게팅이 잘 되면 될 수록 광고의 효과가 크겠지만, 표준편차 값이 작은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의 개선 같은 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한국에서 '너의 아이폰'과 '나의 아이폰'은 얼마나 다르게 활용되고 있을까?, 서로 비슷한 어플들을 깔고 그것도 모자라 남이 깔면 나도 까는 그런 행동이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나...)

이미 광고회사의 각종 수단과 기법으로 개인들의 타겟팅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더욱 세분화되어서 들어갈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개인정보 노출에 대해 다소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첨가된다면 광고주들을 소극적으로 묶어둘 수도 있는 요인이 된다.


마케팅은 철저히 STP의 스텝들의 로직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이때 세그먼트의 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의미가 없을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어 현재 500만명에서 2012년까지 약 1,000만명으로 그 이용자가 늘게 될 경우, 이들을 얼마나 다양하게 또 의미있게 세그먼트화할 수 있을까?

아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모바일 광고는 물론 한국의 마케팅 역시 현재의 방식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을 듯 싶다.


(아, 물론 통일이 되고 출생율이 좀 올라서 인구 1억을 채워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