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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

난폭운전과 시간관리

by jwvirus 2013. 4. 7.

오늘은 날씨가 모처럼 좋아, 쭈니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꽃들이 피기 시작한 야산을 오르며 봄을 만끽했다. 쭈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작은 골목길을 건너며 몹시 불쾌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두 형제가 길을 건너려는데 고급승용차를 탄 아저씨가 우리가 건널새라 차를 급히 몰고 쌩~ 지나가 버린 것이다. 줄을 짧게 잡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살짝 위험할 뻔했다. (쭈니는 우리집 강아지다. 올해로 13살이다.)


순간, 왜 저 아저씨는 이렇게도 화창한 봄날 오후에 강아지와 청년이 약 5초 정도의 시간동안 먼저 길(사실, 그건 매우 작은 골목길에 불과했음)을 건너도록 할 여유가 없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추측컨대, 아마 그 아저씨는 그다지 급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표정, 날씨, 이후의 운전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나의 결론이다). 

하지만, 그건 오래도록 몸에 벤 습관일 터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각해 보건데 그 아저씨는 늘 그렇게 운전하는 것이 버릇이었을테고, 그건 그 아저씨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의 버릇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외국에 가면 늘 감탄하던 건, 그들의 운전문화다. 배려심이 넘치고, 여유가 넘친다. 인간중심의 선진문화랄까. 그곳은 진짜 말이지, '사람이 먼저다'. 

사실 해외에 나갔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차이는 공기, 그리고 난폭한 차량들 순이다. 어깨를 부딪히고도 "Excuse me."라든가 "I'm so sorry."같은 말은 커녕, '넌 왜 거기 서있는거냐?'는 식의 시비조의 눈총은 사실 그 다음이다.

아니, 왜 그런 것일까? 자동차를 탄지 덜 오래되어서? 100년 vs 60년이 차이를 만든다는 얘기인데, 별로 설득력이 없다. 아니면, 교통체계나 신호체계가 잘못되어서?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수많은 영업용 택시들 때문에? 택시 아저씨들이 들으면 억울하겠다. 아저씨들은 늘 손님들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나를 포함하여) 배려 운전 대신 난폭 운전을 하게 하는가?


난 우리나라의 난폭 운전은 결국 잘못된 시간관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인즉슨, 시간관리가 엉망인 사람은 결국 약속시각을 맞추기 위한 이동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택시를 타면,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라고 말도 안되는 주문을 외우는 손님이 되는 것이고, 운전대를 직접 잡으면 클랙슨과 깜빡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난폭 운전자가 스스로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유라는 단어는 그 순간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해서는 안된다. 나는 물론이고, 앞차, 뒷차, 옆차, 앞의 앞의 앞의 차까지. 그 어느 누구도 '여유로워'서는 안되는 것이다. 만약 그 누구 하나라도 배려라는 이름하에 일시정지를 한다거나, 양보라는 이름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클랙슨 소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울려퍼지게 된다. 그것도 아주 크고, 길게. (아, 쓰면서도 찔린다.)


결국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에서 배려와 양보가 사라진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바이다. 만약 넉넉한 이동시간을 잡고 나왔다면, 위 모든 일들은 벌어질 필요가 없는 호들갑일테니깐 말이다.


난폭 운전의 주범이 잘못된 시간관리라는 주장은 다소 거친 논리적 연결이다. 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그렇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시간에 쫓겨 늘 난폭운전을 일삼던 운전자는 화창한 봄날에도 똑같이 그렇다라는 것이다. 주말에도 그렇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태우고도 그렇더라는 것이다. 


벚꽃이 피어나고, 강아지는 신나서 뛰놀고, 아이들도 봄기운을 만끽하는 이 계절에, 그것도 하나 바쁠 것 없는 일요일 오후에, 동네의 골목길에서도 난폭운전을 하는 건 단지 남에게만 위험이지 않을 것이다. 일과 쉼, 평일과 주말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러다간 교통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확률도 높아질 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시간관리 잘하자. 그리고 평소에도 난폭운전 멀리하고, 주말에는 10키로 정도 시속을 줄여보자. 공익광고가 아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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